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우리 회사는 기술 기반 회사인가?’ 라는 주제로 엔지니어 그룹에서 토론을 한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왜 그 토론을 주제로 삼았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느 쪽이든 기술 기반 회사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그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알아보러 이곳 저곳에 면접을 보러 다니는 와중에 8년차 서비스를 하고 있는 유명 스타트업 E사의 대표님과의 최종 면접이 있었다. 왜 이전 직장을 나왔냐는 단골 질문에 기술적인 성장과 자극을 위해라는 단골 답변을 했는데, 그 대표님은 한숨을 쉬며 기술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솔직히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데, 기술 개발 같은건 N사나 K사 같은 큰 회사나 할 수 있는거 아니냐며 푸념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나누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이 곳은 기술 기반 회사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보통 우리가 기술 기반 회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최신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최소한 플랫폼 서비스나 솔루션과 같은 기술을 경쟁력으로 하는 회사를 떠올릴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술 기반 회사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의 의미를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기술에 두고 기술 개발 및 발전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CTO 가 없는 회사는 거의 없다. 그만큼 기술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CTO가 있어도 기술에 대한 로드맵이나 계획, 정책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별로 보지 못했다. 이제까지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한 기술을 새로 만들어내야만 기술이 있는 것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을지라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험이나 노하우도 일종의 기술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기술이나 경험을 제대로 공유하고 학습하기보단 주먹구구식의 임기응변으로 대처함으로 인해 기술이 내재화 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 습득한 지식과 경험은 잘 정리하여 구성원들에게 공유함으로서 기술 기반을 축적시켜 나가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학습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훌륭한 기술 기반 회사라고 생각을 한다. 이러한 것들은 회사의 규모나 형편과는 상관없다. 모든 회사가 항상 위기라고 한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는가? 그 차이 뿐이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
다시 E사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E사의 대표님은 본인이 이제까지 월급 안밀리고 잘 운영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내가 이 회사에 다닌다면 월급 이외에 무슨 메리트가 있느냐는 물음에 머뭇거리면 대답을 잘 하지 못하셨다.
한 회사의 경영자로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은 분명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훌륭한 엔지니어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결국 난 다음 날 입사 제의를 거절하였다.
왜 엔지니어들은 기술 기반 회사에 다니고 싶을까? 엔지니어들은 누구나 기술적 성장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기술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동일 시 여기는 회사. 즉 엔지니어 개개인의 성장을 중요 시 여기고 그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일 것이다.